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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멜번 1일차
    기록/넘실대는 2024. 1. 6. 17:39

    흑..추운 한국에 돌아와 벌써 일주일이 지난 호주 여행을 기록해 본다^-ㅠ

    호주에서 사온 원두를 곱게 갈아 커피를 내리고 호주에서 사온 쿠키를 함께 먹으며 쓰는 2024년 첫 포스팅! 아직 사진 정리는 4일차까지밖에 되지 않았지만 행복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록해 놓아야지.
     
     
     
     
     
    2023년 12월 23일 이른 아침 멜번 도착

    하나의 사진에서 몇 인종을 볼 수 있는 거야... 멜번 그 자체
    감동의 멜번 커피 오랜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름 옷으로 갈아입고 미리 예약해둔 스카이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4년? 5년? 만에 본 멜번 시티. 나는 내가 멜번에 도착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너무 행복하고 반가워서 눈물이 흐를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웬걸... 놀랍게도 별 감흥 없이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내 집처럼. 1년 3개월밖에 안 살았는데 이렇게 편할 수가 있나? 

    무거운 캐리어와 배낭을 지고 들른 서던크로스의 하이어그라운드. 한번 테이크아웃으로만 먹어봤던 곳인데 멜번에 왔으니 커피부터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찾아갔다. 서버의 친절함과 밝음에 멜번에 왔다는 걸 비로소 실감하며 기분 좋게 버섯토스트와 커피를 주문, 짧은 일기를 썼다. 경유 포함 15시간의 비행이 무색하리만큼 피곤하긴커녕 그저 행복했던 순간. 서버가 계속 따뜻하게 말 걸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게 왜 이렇게 감동이던지. 한국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란 말이에요... 정확히는 멜번에 왔다는 거 자체에 엔돌핀이 폭발하고 있었겠지ㅎㅎ 
     
     

    2018년이던가 멜번에 처음 도착했을 때, 트램 어떻게 타는지도 몰라서 헤매고 돌아다니던 길

     

    다니던 회사 근처의 익숙한 거리... 반가웠다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너무 떠서 맷듀가 예약해준 짐보관 서비스에 캐리어와 배낭을 맡기고 익숙한 거리를 쭉쭉 걸어내려갔다. 요즘에는 멜번도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습하다고 들었는데 (내가 살았을 땐 사막처럼 건조하고 무더운 찐여름 날씨였다) 다행히 이 날은 맑았지만 여름답지 않게 살짝 쌀쌀해서 셔츠를 걸치고 다녔다.
     
    거리 거리 또 거리... 여전히 이름은 헷갈리지만 머릿속에는 확실하게 지도로 잡혀있는 여러 거리들을 걸으며 옛추억에 잠겼다^-ㅠ 다니던 회사 건물 앞에도 가보고 출근하며 테이크아웃하던 커피집도 지나가보고 퇴근하면 샌드위치 먹으며 과외하러 가던 거리도 걸어보고... 현재의 삶을 만들어준 모든 거리거리들...!
     
     

    정말 그대로인 시티도서관ㅎㅎ
    맷듀와 수업했던 추억의 자리
    시티도서관 컴퓨터실


    한국어튜터 초짜 시절 프린터 사용하러 가끔 갔었던 시티도서관 컴퓨터실. 무슨 교재로 가르쳐야 할지도 잘 몰라서 세종학당 웹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이것저것 클릭해보던 때가 눈에 선한데 어느새 과외 7년차가 훌쩍 넘어가네. 많이 컸다- 생각하며 사진 찍고 화장실 들렀다가 금방 나왔다.

    ... 멜번에서는 (미국도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을 마주치면 서로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화장실 들어가는 길에 마주친 여자가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길래 (우리나라에서 이러면 대부분 살짝 당황하며 눈을 피하겠지 물론 나도 그렇다) 또 다시 멜번에 왔음을 실감 ...  
     


    예쁘게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었던 타운홀!
    그리웠어 플린더스스테이션
    언제 봐도 예쁘구나

     
    시간이 너무 떠서 세인트킬다 해변 쪽에서 좀 자야될 것 같아서 트램 타러 가는 길에 오랜만에 만난 타운홀과 플린더스 스테이션. 타운홀 옆에는 세인트폴대성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플린더스역을 찍으면 예쁘게 나와서 성당도 들러보았다. 이 앞에서도 또 멜번에 왔음을 실감하게 하는 두 소녀(?)를 만났다! 사진을 찍어달라 해서 찍어주고 나니 성당 미사가 몇시에 있는지 물어보길래 오늘 멜번 여행 첫날이라 하니 화들짝 놀라며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이런 스몰톡이라니... 정말 오랜만이야... 한국에서 왔다 하니 한국드라마 본 얘기를 하며 '안녕하세요' 라고 수줍게 인사하던 귀여운 소녀ㅠ^ㅠ. 이렇게 또 한류를 실감하며 기분좋게 성당에 들어갔다 나왔다.

    이 성당에 대한 몇몇 기억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멜번 워홀 처음 갔을 때 일도 아직 안 구하고 할 일도 없어서 미사에 참여했던 저녁이다. 별생각 없이 앉아있다가 나오려고 했는데 성가대 노래가 끝나고 갑자기 신부님이 큰소리로 일자리가 없는 자들에게 축복을 내려준다고 하셔서 마음이 찡해졌던(?) 기억... 그때 겨울이라 참 춥고 돈도 없고 일도 없어서 쓸쓸했는데 그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되고 기분이 좋았었다. 이렇게 종교가 생기는 거구나- 싶기도 했던 것 같고. 하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종교는 생기지 않았어요...    



    플린더스역 건너편 크리스마스 트리!


    세인트킬다 가려고 트램타러 가는 길, 성당과 플린더스역 건너편에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 이렇게 쨍한 날씨의 여름 크리스마스는 익숙해지기가 힘들다. 별 낭만이 느껴지지 않는달까^-ㅜ 크리스마스는 역시 추워야 제맛(?)인 것 같...
     
    이 근처에서 트램을 타고 세인트킬다로 내려가는데 미친 아저씨를 봤다! 멜번에서는 하루에 한번씩은 꼭 미친 사람을 볼 수가 있는데 4-5년이 지난 지금, 미친 사람의 미친 정도가 예전보다 심각해진 것 같아서 무서웠다. 트램에 타자마자 물병을 쏟아서 옆에 앉아있던 여자 바지를 다 적시는 것도 모자라서 별 거 아니라고, 물이라고 혼자 껄껄 웃더니 몇분 지나지 않아 갑자기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나길래 당연히 트램 밖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건 줄 알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황급히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이 아저씨구나... 경악이다 진짜... 더 경악스러운 것은 이 얘기를 멜번에 사는 학생들한테 해줬는데 놀라지도 않으며 그런 사람 많다고...^-ㅠ... 뭐야... 이상해...
     


    ... 이거지
    이거라구...!

     
    한 20분 정도만에 세인트킬다 도착! 멜번에 살면서도 자주는 가지 않았던 곳인데 다시 가니 왜 이렇게 반가운 거야- 잔디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며 와- 자유다- 를 느꼈던 순간. 세인트킬다 비치가 예뻐보인 적은 처음이다. 언제든 갈 수 있을 땐 감흥이 없다가 오랜만에 가니까 너무 좋았던 세인트킬다. 



    아직 사귀지 않는 거라면 제발 사귀어 주세요...

    쭉쭉 걷다가 좀 쉬려고 벤치에 앉았는데 딱 정면에 등장해 앉아 수다를 떨던 두 사람. 너무 예뻐서 찍었는데 찍자마자 보내줄걸... 찍혀서 기분은 나빴을 수도 있었겠지만 멜번 사람이라면 좋아했을 것 같은데...! 맨발의 남자를 보며 호주에 왔음을 n번째 실감...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이 두 분.



    12월에 비키니 선탠이라니효...
    부럽잖아효...!


    호주는 모든 회사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가 되면 1~2주일 정도 통째로 쉬는 회사가 많다고 한다. 어쩐지 얼마전 수업에서 '연말이 되면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쉬는 날이 많아서 너무 행복하다' 는 대답이 돌아오더라니. 연말이 되면 왠지 설레는 기분보다는 추운 날씨 속에서 한해를 돌아보며 올 한해는 뭘 하고 보냈나- 왠지 반성을 하게 되는 한국에서의 내 연말과 다르게 호주 사람들은 그저 홍홍 기분이 좋은가 보다. 하긴 크리스마스가 추석, 설같은 큰 명절이라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파기 전에 전화하라구요..? 뭔지 궁금해서 찍어봄
    귀여운 산타할배!
    오랜만이야 여기도-


    바다 구경 잘 하고 작은 상점들이 몰려있는 거리로 올라가는 길! 야자수에 산타라니 귀여웠다. 한국과는 다르게 보행자 우선인 차들도 반갑고 고마웠고(?)



    루나파크


    세인트킬다의 작은 놀이공원, 루나파크-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이 입구가 항상 인상 깊었지ㅎㅎㅎ 이날은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귀여워-



    Sleep changes everything - 댓츠쏘트루


    Readings에는 칼튼에서 가려고 했는데 세인트킬다에서 급등장! 해서 들어갔다. 달력, 책, 향초, 그릇, 컵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다행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돈을 아낄 수 있었다ㅋㅋㅋㅋㅋ



    꽃이 가득 핀 큰 나무, 자전거 타는 사람, 트램 레인, 자동차들... 딱 멜번 모습




    시티 다시 올라가서 밥 먹고 숙소 들어가려고 트램 기다리며 찍은 사진! 차가 이렇게 코앞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중간에 있는 트램 레인까지 어떻게 가서 타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같이 트램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겨서 조용히 따라갔다ㅎㅎ 
     
    시티 도착해서 예전에 자주 가던 쌀국수 집에 오랜만에 다시 갔는데 세상에, 물가가 얼마나 오른 건지 쌀국수 하나에 무려 18달러를 냈다. 예전에 11달러면 먹었던 쌀국수였는데... 원가 2천원도 안 할 것 같은데 되도록이면 요리해먹자 결심했다ㅎㅎ

    멜번 오면 여름 쨍쨍할 줄 알고 수영복도 가져오고 시간이 많을 줄 알고 요가 원데이클래스 이런 것도 들어보려고 요가복도 가져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춥고 일정도 빡빡해서 그냥 요가매트를 사기로 결정했다. 요가매트 사러 QV에 BigW도 진짜 오랜만에 갔는데 요가매트가 너무 두꺼워서 도저히 캐리어에 배낭매고 그걸 들고 갈 자신이 없어서 다이소에서 얇은 걸로 샀다. 

    짐 찾아서 지하철 타고 15분 정도 올라가니 켄싱턴! 비행기를 예매하기도 전에 예매해뒀던... 기대하고 기대했던 에어비앤비를 찾아 역에서 내려 구글맵을 켰는데 와우 정말 모르겠어서 딱 눈 마주친 호주 아주머니께 길을 여쭸다. 안경까지 꺼내서 몇 분 가량 핸드폰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도와주시려 했지만 결국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ㅜ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시던 호주 아저씨께서 다가와 또 도와주시려 했지만 두 분이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은 여기서부터 왼쪽은 플레밍턴인가 뭐시기고 오른쪽은 켄싱턴이라고... 어쨌든 숙소를 켄싱턴에 잡았으니 오른쪽으로 어찌저찌 가다보니 겨우 길을 찾았다.

    (맷듀랑 다니면서 참 지도를 못 본다... 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말을 듣지 않는 여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남자'...다) 그냥 호주 공통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호주는 거리가 골목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너무 많아서 지도를 보는 게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넓은 부엌이라니!
    완-벽
    완-벽2
    화장실도 깨끗하고
    테라스 너무 좋고
    침대도 널-찍했다


    드디어 도착한 에어비앤비! 사진에서 보던 대로 참- 좋았다. 뭐 그렇게 높은 곳에서 살아본 적도 없지만 이렇게 나무를 바로 볼 수 있는 집이 제일 좋다. 나무와 파란 하늘을 거실에서도 테라스에서도 계속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거실은 요가매트를 깔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식탁은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을 정도로 커서 더 좋았다. 복층에는 로망이 없었는데 2층에서 자니까 아늑하기도 하고 세상과 분리(? 얼마나 더 분리될래...)되는 느낌도 좋고 더 깜깜해서 잠도 잘 왔다. 마지막 날에는 이 집 때문에 한국에 오는 게 더 싫었다... 이런 집 사고 싶어서 검색해보니 6억... 그냥 한국에서 살게요...ㅎ~ㅎ
     

    오자마자 감기약이라니ㅠ.ㅠ

    짐 풀고 집 앞 약국 직행... 한국에선 감기 기운이 있어도 약은 절대 먹지 않고 따뜻한 차만 마시며 버티는데 학생들 만날 때 아프면 너무 민폐일 것 같아서 약국 가서 바로 약을 샀다! 금방 들어서 신기했던 감기약... 역시 아플 땐 버티지 말고 바로 약을 먹어야 하는 건감
     

    그리웠어 호주 마트!

    약국 옆 울리스에 들러 장도 봐왔다! 놀랍게도 한국에 있으면서 제일 그리웠던 게 호주 마트인데 (외국인들도 한국 오면 이마트, 홈플러스 이런 데 구경을 제일 좋아한다고 한다ㅋㅋㅋ) 그립고 그리웠던 울리스에 드디어 가 보았다! 울리스보다는 콜스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집 근처에 콜스가 없어서... 그래도! 너무 먹고 싶었던 코코넛요거트와 뮤즐리, 세일하는 채소와 스테이크, 쿠키와 차, 올리브유와 신라면(마트에서도 이제 신라면을 판다!) 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구경 실컷 하고 나니 벌써 밖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흑 마트에서 사온 것들을 보니까 진짜 호주 또 가고 싶다...
    저녁으로는 마트에서 사온 스테이크와 채소를 구워 먹었다. 비건은 아니지만 웬만~하면 고기를 피하는 나도 호주 스테이크는 잃을 수 없었어... 대신 코코넛요거트를 골랐음에 죄책감을 덜며 맛있게 잘 먹었다ㅎㅎㅎ
     
    날도 좋고 숙소도 생각보다 더 좋아서 행복했던 하루. 

    1일차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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