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이 시작하기가 무섭게 우리집으로 날아온 신호위반 딱지... 시원하게 과태료 7만원(!)을 내고 출발했는데 4일만에 교보 갔다가 혼자 주차장 기둥에 사고 내고 수리비 160만원이 나왔다. 난 그저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너무 추워서 도저히 걸어갈 자신이 없었을 뿐인데... 그 사람 많은 곳에 차를 끌고 갈 용기는 있었나 보다. 아슬아슬한 느낌도 아니었고 거리가 충분히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부딪혀버리다니. 신호 위반도 마찬가지다. 간당간당하게 달리지도 않았고 충분히 잘 확인하고 건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신호위반이라니...!
나름 여기저기 다니면서 운전 별 거 없네? 싶어서 초보운전 딱지 이제 떼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1년은 더 붙이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집에 비해 너무 큰 차체에 대한 감이 아직 없는 것 같다. 아작난 라이트를 보며 차가 굉장히 약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 사람은 차보다 더 약하니까 정말 조심해서 운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낸 사고이고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지, 다른 차를 긁었거나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상상하면 정말 끔찍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야겠다.
멘붕 그 자체로 흘러가던 첫째 주, 오늘은 아파트가 정전이 되며 수업을 급하게 취소했는데 이미 다 취소한 마당에 갑자기 전기가 돌아와 허무하고 황당했고, 약속 장소로 가던 중 지하철 역을 잘못 내려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또 다시 어이없고 황당했다.
그래도... 첫째 주의 마지막 날인 오늘 저녁에는 호주에서 가르쳤던 학생을 오랜만에 만나 같이 맛있는 밥도 먹고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도 많이 나눴다. 정말 밝고 귀엽고 착한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밝고 귀엽고 착한 모습을 보니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학생 어머니께서도 수업 외에 따로 불러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시고 집에서 만든 음식도 많이 싸주시고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한 일들 뿐이다. 회사 끝나고 길거리에서 샌드위치 먹으며 이동해서 수업하고, 늘 힘들고 바쁘게 살았어도 학생들과 수업하며 늘 마음은 따뜻하고 충만했다. 이렇게 좋은 학생들을 많이 만난 덕이다.
호주에서 사는 이야기들을 들으니 다시 호주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또 떠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고, 다시 멜번으로 가더라도 이렇게 친한 학생들이 이미 많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랬다. 멜번... 호주...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과 파란색이 가득한 그곳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에 숨막혀 죽더라도 가족 곁에 있고 싶었던 마음이 여전히 생생히 기억나 지금 당장은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언젠가 다시 가게 된다면 즐겁게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미국에서도, 브라질에서도,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디서든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고 좋은 점만 있거나 나쁜 점만 있는 장소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좋은 점이 더 많은 곳은 분명히 있는 것 같기도... 그건 호주인 것 같기도...)
사실 요즘 배영을 하면서는 눈을 감고 호주 바다에 떠 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수영장 물보다 깨끗했던 하늘빛 서호주 바다에 다시 갈 수 있을까? 한국에 다시 완벽하게 적응해버렸지만 다시 호주에 가면 호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