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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의 첫 휴가기록/흐르는 2021. 12. 31. 22:03
프리랜서로 일한 지 2년 반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처음으로 평일에 약 3-4일을 일 안 하고 쉬어봤다! 2021년의 마지막 주에😃
얼마 전 내가 존경하는 프리랜서 학생분 초대로 그 분의 집에 가서 집구경도 하고 수다도 떨었다. 그리고 프리랜서로 일한 10년 간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는 경외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고작 2년 반 가량, 그것도 첫 1년은 자리도 못 잡고 일도 거의 없이 한량처럼 지냈으면서 ‘쉬고 싶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반성되기도 하고 성공한 사람에겐 워라밸이 없다는, 젊을 때는 워라밸이 없어야 한다는 자기계발서 속의 내용을 실사로 본 느낌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화요일 오후부터 오늘 31일 금요일까지 보낸 하루하루는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했다. 시간에 쫓기듯 살다가 시간을 안 보고 사니까 이렇게 마음이 편하구나. 평소에 밥도 많이 안 먹는 편인데 긴장이 풀려서인지 며칠 간 참 많이도 먹었다. 밀가루와 튀긴 음식으로 이 건조한 겨울에 다시 여드름이 도졌지만 행복하니까 됐다.길상사 진영각 며칠 전 갑자기 길상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 길상사가 학교 근처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볼 생각을 안 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읽게 된 법정스님 책에 무소유 이후 다시 한 번 너무 큰 감명을 받기도 했고 마음이 힘든 일도 있어서 법정스님이 계시던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진영각에 들어가서 스님이 이해인 수녀님에게 쓰신 편지, 스님의 모든 서적, 사용하시던 펜, 연필, 원고지, 스님 초상화 등을 보면서 책을 읽으며 상상하기만 했던 법정스님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지고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종교가 없다고 말하며 살아왔지만 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종교적인 사람인 것 같다.
근처에서 말도 안 되게 맛있었던 칼국수도 먹고 빵도 사고 늘 사용하는 플랜커스 다이어리 본사가 또 마침 그 근처에 있어서 속지도 사왔다. 어쩐지 속지 사는 걸 자꾸 미루고 싶더라니만 이렇게 직접 매장에 오려고 그랬나보다 ^~^부암동 에이커피서울 거의 일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부암동 에이커피에 드디어 다녀 왔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멜번식 커피를 만드는 곳이라 해서 늘 궁금했다. 날은 추웠지만 공기가 좋아 가는 길 내내 파랗고 맑은 하늘 밑 북악산을 보는 게 즐거웠다. 커피도 맛있었고 인테리어도 멋있었지만 커피를 마시며 읽었던 책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진짜 사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났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1, 2’를 선물로 받아 슬쩍슬쩍 건드리며 겉핥았다. 자세히 읽기엔 자신이 없었다. 무궁무진한 한국어 문법의 세계... ^_ ㅠ 솔직히 그 책이 무섭고 두렵지만 내가 그 책에 관심이 있다는 게 왠지 좋다. ㅋ_ ㅋㅋ
마지막 날인 오늘은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할 때 한번 가 봤던 스타벅스더종로R 에 가서 책을 읽었다. 책도 읽고 블로그도 하고 일기도 쓰고 싶었는데 중간에 전화 받고 집중 깨지고 하느라 책밖에 못 읽었다. 드디어 파친코 끝! 꽤 두꺼운 책이긴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읽어서 스스로에게 좀 민망했는데 주우욱 읽어나가기엔 너무 무겁고 가슴 아픈 소설이었다. 청승 맞게 마지막장을 덮으며 눈물콧물을 흘리긴 했지만 마스크가 있어 다행이었다. 올해 많은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파친코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히 파친코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읽어 보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읽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서 차마 추천을 못하겠다. 흑2021년 고마웠어 2022년 환영해
내일이 2022년이라는 게 다시 한번 믿기지가 않고 실감도 나지 않지만 달력을 보면 오늘이 12월 31일인 게 확실하긴 하네. 그... 이제는 정말 빼박 30대... 니까 좀 더 멋지게 살아봐야지. 그리고 소중한 나의 사람들에게 잘 하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2021년 고생했다이 잘 ㄱ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