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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과 성수동기록/흐르는 2021. 5. 15. 23:59
💛 오랜만에 주말 보충이 잡혀서 수업하러 갔다가 학생들에게 스승의 날 편지를 받아서 돌아왔다. 더 자고 싶었을 텐데 공부한다고 아침부터 와준 것도 기특하고 고마운데, 이렇게 귀여운 편지지에 따뜻한 마음을 한가득 담아 전해주다니! 늘 밝고 성실하게 따라와 줘서 내가 더 고마워한다는 걸 이 아이들이 알아야 하는데. 답장으로 쓴 짧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희정이는 꿈이 뭐야? 희정이는 선생님을 하면 딱일 것 같은데.' 라고 말씀하셨을 때도 심드렁했고, 많은 대학 동기들이 학교 선생님이 되겠다고 교직 이수를 할 때도 선생님이란 건 선택지에도 두지 않았었는데 나는 지금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있다. 여전히 학교 선생님은 너무나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지도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한국 교육 제도에 대한 여전한 반발심 때문에 관심이 없지만 (물론 임용고시를 붙을 자신도 없음) 지금 이렇게 학생들을 더 가까이 만나 개인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정말 감사하다.
생각해 보니 대학교 때 '꿈학교'라는 일회성 소모임에 나가서 내 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선생님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니까 아주 좋은 사람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은 안 될 것 같지만 나중에 더 좋은 사람이 되었을 때, 그때는 선생님을 해보고 싶다'는 대답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마음속에서 은근히 선생님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학교 선생님은 싫었던 건가? 기억이 안 나지만, 아직도 좋은 사람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어쨌든 그때 말한 꿈이 현실이 된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다.성수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 오후에는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들과 같이 계획을 세우려고 뚝섬에서 만났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코로나 시국인데도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제대로 된 식당에 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아무 식당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아무 카페에 가서 밍밍한 차를 마셨다. 계획을 얼추 세웠는데도 그대로 집에 가긴 아쉬워서 한잔할 곳을 찾다가 발견한 성수 '테이블 소사이어티 클럽'. 아늑한 공간 안의 완벽한 인테리어와 음식들 덕분에 궂은 날씨에 성수까지 나온 게 아깝지 않아졌다. 잠시나마 해외로 여행 간 느낌이 들었던 멋진 장소.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가 보고 싶다. 그리고 코로나 시국이 하루빨리 종식되어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토요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