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스트레스

늘 감사하고 행복한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살지만 삶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질 때는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신경 거슬리는 일들이 하나 둘 생긴다. 오히려 좀 힘을 빼고 살았을 때는 그런 문제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일에 집착하고 더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사소한 스트레스도 함께 쌓여 가는 것 같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팀장님이 '난 불필요한 스트레스 받는 거 제일 싫어하거든' 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난다. 내가 이런 스트레스까지 받아야 하나? 싶은 내 업무 밖의 일인 것 같은 부분에서 굉장히 거슬리는 일들이 생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꼭 한꺼번에 몰려온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처럼 착하게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절대 할머니만큼은 착하게, 열심히 살 수 없겠지만) 그래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이런 화나는 일들이 생길 때마다 할머니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에 선하다. 분명히 나를 화나게 하는 그 사람을 이해하라고, 용서하라고 하셨을 거다. 할머니... 난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ㅠㅠ...
그 불필요한 스트레스조차 내가 부족해서 생긴 거겠지. 어쩔 수 없는 과정이고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스트레스였을 거라고 생각하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생기는 것 같다. 그냥 내가 잘 해야지, 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좋은 일, 감사한 일, 늘 웃음 짓게 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걸 다시금 기억하면서. 존중과 배려는 기본으로 깔고 가는 대다수의 바른 사람들을 더 크게 생각하자! 9월 초 다짐한 대로, 스스로에게만 부끄럽지 않으면 돼...!
요가 때문인지 백신 2차 접종 때문인지 흐린 날씨 때문인지 어제도 오늘도 하루 종일 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요가는 앞으로도 열심히 다녀볼 예정이다. 요가만큼 아무런 도구 없이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 수 있는 운동이 있을까? 매력적이다. 몸을 비틀고 뻗어내며 정말 죽을 것 같다.. 고 느끼면서도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진다. 고장난 기계를 고치는 느낌...? 난 언제 삐그덕대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 속으로는 요가 선생님께 '선생님 저는 언제 선생님처럼 될 수 있나요?' 하고 수없이 질문하지만 그건 마치 한국어 초급 학생이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 느낌이겠지 싶어서 넣어 둔다. 절대 절대 단기간에 될 수 없겠지만 꾸준히 해보고 싶다.


너무 고맙게도 친구가 드립백 세트 선물을 보내줬다. 그리고 종류가 다른 여러 드립백마다 다른 글귀가 적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앤트러사이트 커피, 내가 좋아하는 앤트러사이트 감성이다! 그녀는 어떻게 항상 가장 적절한 시기에 딱 내가 사려고 했었던 걸 선물로 보내줄까? 나도 이렇게 센스 있는 선물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들고 피곤했지만, 오늘도 감사한 일은 차고 넘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