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일멜 2025. 2. 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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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코는 대합실 창문 안에 서 있었다. 창의 유리문은 닫혀 있었다. 그것은 기차에서 바라보니 한적한 한촌, 과일가게의 먼지 낀 유리상자 속에 이상한 과일이 단 하나, 잊혀진 채 놓여 있는 것 같았다.


현경의 산을 북으로 올라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겨울 오후의 엷은 햇살은 그 땅 속 어둠에 빨려들어간 듯, 또 낡은 기차는 밝은 껍질을 터널 속에 벗어던진 듯 벌써 봉우리와 봉우리가 겹친 사이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골짜기를 내려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