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흐르는
할머니 기일
코지일멜
2024. 8. 7. 16:14
오늘은 할머니 기일이다. 할머니는 나에게, 당신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도 잠깐뿐일 거고 다 그렇게 지나가고 흘러간다고 하셨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할머니 생각만 하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고 지금도 할머니를 떠올리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어린 나를 놀아주시려고 노래방 기계를 틀어놓고 같이 노래를 불러주시던 할머니, 바나나킥 한 봉지를 사들고 가도 너무나 행복해하시고 고마워하시던 할머니, 여름이면 뵈러가지 않아도 희정이 갖다주라며 옥수수와 오이소박이를 부모님 편으로 보내주시던 할머니, 손주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누구도 더 예뻐하거나 덜 예뻐하지 않고 넘치는 사랑을 나눠주신 할머니.
내 인생에서 일어난 최고의 행운은 (실은 내 탄생이 할머니 인생에서 일어난 일이겠지만) 할머니를 만난 일이다. 할머니 기일은 여전히 슬프지만 할머니를 하루 종일 생각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날이 되었다. 할머니 영원히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