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9월 초
좋아했던 운동들을 새로 등록하며 호기롭게 시작하려 했던 9월은 감기와 함께 골골거리며 열게 되었다.
영하 13도에 매일 새벽수영을 다니던 시절에도 안 걸리던 감기가 환절기 앞에서 훌-쩍. 요즘 감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랑 섞인 건지 목이 왜 이리 불편한지 모르겠다. 옛날 감기랑은 확실히 다르다.
감기에 너무 오랜만에 걸려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 채 몸을 혹사시키다가 증상이 더 오래 가고 있다. 그래도 돌아다니는 건 즐거워! 감기 증상이 시작됐던 아침부터 브런치를 먹으러 가겠다고 연희동 나들이를 떠났다.

정말 예~ㅅ날부터 가 보고 싶었던 쿳사! 호주식 브런치라고 해서 과연 얼마나 호주스러울까~? 했는데 호주스럽고 어쩌고를 다 떠나서 그냥 정말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서 가 본 브런치집 중에서는 일단 가장 맛있었다. 분위기는 리치몬드스럽고 플레이팅은 퍼스스럽다. 조만간 또 가야지-

쿳사에서까지 딱 괜찮았는데 이 카페로 옮긴 순간 갑자기 오한이 찾아오면서 너무 춥고 졸립고 읽으려고 했던 책에는 집중할 수가 없고 그래서 결국 금방 집으로 돌아왔다. 커피는 아주 맛있었으나 음악이 너무 인터스텔라스럽고 인테리어는 윗사진과는 다르게 굉장히 새까만 독서실스러워서 다시 안 갈 것 같은 곳^-ㅠ

등록했던 수영은 결국 첫날은 가지 못하고, 토요일에는 조금 괜찮아져서 오랜만에 요가를 다녀왔다! 좋아하던 쌤이 하시는 수업이라 별 고민 않고 등록했는데 쌤은 여전히 열정적이시고 친절하셨다. 다운독, 캣카우 같은 기본 자세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손을 어떻게 바닥에 짚어야 하는지, 어깨부터 발까지 어떤 자세로 어느 근육에 힘을 주어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시는 걸 보면서 나의 티칭을 반성하게 됐던 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자세히 가르쳐야 해.

일찍 아침요가를 마치고 수업도 하나 마치고 서울로 넘어가서 점심을 먹고. 호주에서 놀러온 학생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교보문고에 들렀다. 만년필을 파는 곳에서 필사 체험을 해볼 수 있게 해 놔서 정성 들여 적어 보았는데 따뜻한 마음과 단단한 삶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인생은 역시 G'day mate! 이지!

기후 변화로 9월에도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지만 하늘을 보면 가을은 가을이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따라가던 중에 이렇게 예쁜 하늘을 만났다.

소리를 따라 간 곳에는 이렇게 멋진 공연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이번주가 서울뮤직위크를 하는 주였다! 운도 좋지- 낮에 잠깐 교보문고만 들렀다 가려고 했던 일정이 결국 밤 10시 마지막 공연까지 보고 가는 일정이 되어버렸다. 좋은 꼬임이군 ㅎ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공연을 하니 뭔가 세종대왕 앞에서 재롱잔치하는 느낌이 들어 더 귀엽고 재미있었다. 좋은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너무 많아서 새삼 감탄스럽기도 하고. 한국 전통 음악을 현대 악기에 접목시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뭐든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은 멋있어-
밤이 깊어갈수록 내 기침은 심해져갔지만 정말 오랜만에 좋은 공연을 봐서 기분이 너무 좋았던 날!
특히 이 무대는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매간당' 이라는 팀의 무대였는데 집에 와서 아무리 찾아 봐도 저 세 멤버의 음악은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멤버가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모르는 외딴 숲속의 요정들 같았던 그들의 무대를 곧 어디선가 볼 수 있길...!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줌에서만 보던 학생을 실제로 만나고 왔다. 벌써 꽤 오래 같이 공부했는데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돼서 참 반가웠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봐도 그렇지만 실제로 보면 더 정말 너무 예쁘고 귀엽고 기특하고(?) 그렇다. 토픽을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급수를 따고 한국어를 지금보다 더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도와줘야지. 더워도 덕분에 행복한 날이었다.
학생과 헤어지고 나서 잠깐 들른 익선동 식물. 여기도 몇 년 전부터 이름만 많이 들었었는데 드디어 가보게 됐다. 귀여운 고양이도 있고 인테리어도 특이하고 뭔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던 곳. 음료도 맛있었고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도 즐거웠어-
내일은 감기가 좀 낫길 바라며
오늘도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