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제9장 시간 표현
- 시제란 무엇일까?
시제란 어떤 사건이나 행위가 어떤 시점에 있었는지, 같은 문장 속에 하나 이상의 사건이나 행위가 나타나 있을 때 그들 사이의 시간상의 앞뒤 관계가 어떠한지를 문법 형태로 나태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언어는 시제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시제는 '과거-현재-미래'로 구분되거나 '과거-비과거'로 구분된다.
- 한국어 시제는 어떤 체계로 구성될까?
가: 나는 어제 친구를 만났다.
나: 우리집 회장실은 지금 공사를 한다.
다: 나는 다음 주에 여행을 갈 것이다.
각각 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현재, 미래시제이다. 그런데 항상 말하는 시점이 시제를 결정하는 기준 시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 나는 한국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만남의 행위가 이루어진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를 나타냄)
나: 올 사람들이 아직 다 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오지 않은 과거의 시점에서 볼 때 '미래'를 나타냄)
다: 파티에 온 사람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과거의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를 나타냄)
위와 같은 문장 속 밑줄 친 부분은 문장 안에 있는 다른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시제를 나타낸 것이다.
1. 현재시제
현재시제는 말을 하고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나 상황을 나타내는 시간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현재 시제는 종결형과 관형사형에서 표시하는 방법이 다르다.
- 종결형의 현재시제 표시: 종결형에서 현재시제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평서형, 의문형, 감탄형 종결어미를 그대로 쓰면 된다. 듣는 사람을 높여 말하는 종결형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저는 음익을 아주 좋아합니다.', '무슨 일을 합니까?', '노래를 정말 잘하시는군요.' 각각 평서문의 현재시제, 의문문의 현재시제, 감탄문의 현재시제를 나타낸 것이다.
한편, 현재시제를 표시하는 방법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과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같지 않다. 먼저 격식을 차려야 하는 경우 평서문의 현재시제는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수미는 지금 책을 읽습니다.', '산이 아주 높습니다.', '나는 지금 영화를 봅니다.', '나는 서울에 삽니다.', '요즘 저는 매우 바쁩니다.', '제 동생은 고등학생입니다.' 이렇듯 종결어미 '-습니다'의 경우는 품사에 관계없이 어간이 ㄹ 이외의 자읍으로 끝날 때 사용하고, 어간이 모음이나 자음 ㄹ로 씁나는 경우 'ㅂ니다'를 어간 뒤에 연결한다.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저는 아파트에 살아요.', '저는 아침마다 책을 읽어요.', '우리는 매일 오전 요가해요.' 어간 끝모음이 'ㅏ,ㅗ'인 경우 '-아요'를 어간 뒤에 연결한다. 어간 끝모음이 'ㅏ,ㅗ' 이외의 모음인 경우에는 '-어요'를 연결하여 현재시제를 나타낸다. 어간 끝음절이 '하'인 경우에는 '-여요'를 연결해 '하여요'를 만들고, 이를 다시 줄여서 '해요'로 나타낸다.
주로 글에 많이 나타나는 경우로, 듣는 사람을 높이는 의미가 없는 평서문 현재시제형은 다음과 같다. '나는 아침에 요가를 한다. 나는 밤에 책을 읽는다. 요즘 나는 매우 바쁘다. 내 동생은 고등학생이다.'
결국, 한국어에서 현재시제는 특정한 문법 형태소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시제나 미래시제 형태소가 나타나는 자리에 아무런 형태소도 실현되지 않음으로써 해석되는 것이다.
- 관형사형의 현재시제 표시: 관형사형에서 현재시제는 종결형에서와는 달리 특정한 형태에 의해 실현된다. 동사 뒤에는 '-는', 받침 없는 형용사 뒤에는 '-ㄴ', 받침 있는 형용사 뒤에는 '-은', 그리고 '명사+이다' 뒤에서는 '-ㄴ'을 붙인다.
보편적인 진리나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사실, 미래에 일어날 것임이 분명한 일을 나타내어야 하는 경우에도 현재시제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지구는 둥글다.', '나는 이번 주말에 고성에 간다.' -> 지구는 둥글다는 변하지 않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번 주말'이라는 시간 부사어를 보면 미래의 일을 표시하는 것임이 명백하지만 분명히 정해진 미래의 사실을 이야기하므로 '간다'와 같이 현재시제 문장을 사용한 것이다. (영어와 동일!)
2. 과거시제
과거시제는 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이미 일어난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시간표현이다. 과거시제는 문장의 종결형과 연결형, 그리고 관형사형에서 고루 나타난다.
- 종결형의 과거시제 표시: 문장의 종결형에서 과거시제는 '-았/었/했-'에 의해 실현된다.
예) '나는 어제 친구를 만났다', '어제는 날씨가 흐렸다.', '나는 전에 회사원이었다.', '지난주에는 일이 많아 무척 피곤했다.'
과거시제를 표시하는 데는 '-었-'의 중복형태인 '-었었-'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형태는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이 현재와 다르거나, 말할 때보다 훨씬 오래 전에 일어나 현재와는 시간상 거리가 멀어 단절되어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주료 사용된다.
예) '우리 가족은 전에 잠깐 서울에 살았었다.', '나도 젊을 때는 참 건강했었다.' -> 현재는 그렇지 않음.
예) '나는 어제 친구를 만나러 부산에 갔었다.', '수미는 어제 친구를 만나러 부산에 갔다.' -> 첫 예문은 지금 부산이 아닌 거고, 두 번째 예문은 지금 부산인 것. 각각 영어로 치면 과거완료, 현재완료와 비슷함.
예) '아까 전화가 왔었어요.', '전화가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 두 번째 예문만 지금 현재 전화가 와 있다는 것을 나타냄
- 연결형의 과거시제 표시: 문장과 문장의 연결에서 앞 문장의 과거시제는 다음과 같이 실현된다.
예) '어제 친구를 만났지만 이야기를 오래하지 못했다.', '우리는 너무 늦게 만났으므로 오래 같이 있지 못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그러나 말하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그보다 앞선 사건이나 상황을 나타내는 모든 연결형에 위 예문처럼 과거시제 형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연결어미 '-고'의 경우에는 문장에 따라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일 수도 있고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예) '나는 어제 책을 읽었고 운동을 했고 친구를 만났다.' (?) / '나는 어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친구를 만났다.' (O) -> 연결어미 '-고'로 연결된 문장으로, 앞 문장과 뒤 문장의 주어가 같다. 이 경우는 종결형에만 시제 표시를 해주어야 자연스럽고 연결형과 종결형에 모두 시제 표시를 하면 자연스럽지 않다.
예) '나는 책을 읽었고,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셨다.' (O) / '나는 책을 읽고,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셨다.' (O) -> 앞뒤 문장의 주어가 다른 경우에는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말을 앞뒤 문장에 모두 넣어주든 뒤 문장의 서술어에만 넣어주든 모두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이 된다.
한편, 내용이 과거인 경우에도 '-었-'과 함께 쓰이지 못하는 연결어미가 있다. 앞의 사건이 뒤의 사건의 이유가 되거나 앞의 사건과 뒤의 사건이 연이어 나타날 때는 연결어미 '-아/어서'가 붙는 앞 문장의 사건이 말하는 현재 시점보다 더 앞서 일어난 일을 나타낼지라도 '-었-'과 함께 쓰이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를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이지 못하는 연결어미나 표현으로는 '-다가', -(으)러', '-(으)려고', '-(으)면서', '-(으)ㄹ 때' 등이 있다.
예) '서점에 갔어서 책을 한 권 샀다.' (X) /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 샀다.' (O)
예)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왔다.' (O) / '배가 아팠어서 병원에 갔다 왔다.' (X)
그러나 다음과 같이 앞문장의 동작이 완료된 이후에 뒤 문장의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었-'을 넣어 '-었을 때, -었다가'의 형태로 사용한다.
예) '밥을 먹을 때 전화가 왔다.' / '밥을 다 먹었을 때 전화가 왔다.'
예) '학교에 가다가 친구를 만났다.' / 학교에 갔다가 친구를 만났다.'
- 관형사형의 과거시제 표시: 과거시제 관형사형은 동사의 어간 뒤에 '-ㄴ/은'을 붙여 만든다.
예) '어제 만난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생이다.', '저것이 내가 만든 작품이다.', '어제 읽은 책이 무척 재미있었다.'
- 과거 회상을 나타내는 '-더'
과거에 경험한 일을 회상하여 표현하려고 할 때는 서술어에 '-더-'를 붙인다.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었-은 단순히 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과거임을 나타내는 반면, '-더-'는 말하는 사람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현재의 시점에서 그 당시의 상황대로 회상하여 말하는 것임을 나타낸다. 종결형에서는 주로 '던데(요)', 더라, 더군(요), 데(요)'의 형태로, 연결형에서는 주로 '더니, 던데'의 형태로 사용한다.
예) 마이클이 한국어를 잘하던데요. -> 회상
예) 마이클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더라. -> 회상
예) 마이클이 열심히 공부하더니 시험에 붙었다. -> 회상
예) 마이클이 요즘 안 보이던데 어디 갔나? -> 회상
그런데 '-더-'는 어간 뒤에 바로 연결하여 사용하기도 하지만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었-'과 어울려 '었던데요, 었더라, 었더군요, 었데(요), 었더니, 었던데'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 수미는 벌써 왔던데요. 벌써 회의 준비를 다 끝냈더라고요. 아까 보니 민식 씨도 오셨던데 어디 갔나요?
이때 '-었더-'의 형태는 말하는 사람이 경험할 과거 당시에 이미 동작이 완료되었음을 의미한다.
한편 '-더-'형과 '-었더-' 형은 동작이 완료되었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하여 사용하기도 하지만 '-더니', '-었더니'의 경우는 주어의 인칭에 따라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예) 마이클이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시험에 붙었다.
예)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시험에 붙었다.
즉 '-더니'는 주어가 이인칭, 삼인칭인 문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었더니'는 주어가 일인칭인 문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더라'는 '-었-'이 있든 없든 일반적으로 주어가 이인칭이나 삼인칭인 경우에 사용된다.
예) 어제는 날씨가 참 좋더라.
예) 너 오늘 학교에 일찍 왔더라.
예) 나는 노래를 잘하더라.(X)
예) 나는 일찍 학교에 왔더라. (X)
*참고: '-더라', '-었더라'가 일인칭 주어와 함께 쓰일 때: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지 못한 채 행동하고 있다가 어느 시점에서 그렇게 행동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어 그 행동을 회상하여 나타낼 때는, 일인칭이 주어인 문장에서 '-더라'를 사용할 수 있다.
예) 술에서 깨어나 보니, 내가 길에 누워 있더라.
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낯선 곳을 걷고 있더라.
또한, 말하는 사람이 과거의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전혀 모르고 있다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알게 되었음을 회상해 표현할 때는 일인칭이 주어인 문장에서 '-었더라'를 사용할 수 있다.
예) 신분증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내가 수첩 안에 넣어두었더라.
예) 옛날 사진을 보다 보니, 우리가 옛날에는 꽤 친했더라.
'-더'의 이와 같은 쓰임은 관형사형에서도 나타난다. 관형사형은 '-더'에 관형사형 전성어미 '-ㄴ'을 붙인 '-던'의 형태를 사용한다. 이때 '-던'은 동사와 함께 쓰이는 과거시제 관형사형 '-은'이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과거 회상의 의미와 함께 행위나 상태나 완료되지 않고 중단되거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우를 나타낸다.
예) 여기가 내가 전에 살던 집이다. -> 과거에 산 적이 있는 집
예) 조금 전까지 많던 사람이 다 사라져 버렸다. -> 형용사에 결합한 '던'은 과거에는 그랬으나 현재는 상태가 달라졌음을 뜻함
예) 초등학생이던 선우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 -> '명사+이다'에 결합한 '던'은 은 과거에는 그랬으나 현재는 상태가 달라졌음을 뜻함
다음의 예는 '던'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나타내는 경우이다.
예) 이것이 내가 어릴 때 쓰던 책상이다.
예) 여기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이다.
'-던'이 갖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순간적인 행위, 특정한 시점의 행위나 상태, 되풀이되지 않는 일회적인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나 형용사 뒤에는 '-던'을 연결해 쓸 수 없다.
예) 감기에 걸리던 사람이 저예요. (X, 걸리던 -> 걸린)
예) 이것이 어제 사던 책이다. (X, 사던 -> 산)
예) 이곳이 내가 결혼하던 곳이다. (X, 결혼하던 -> 결혼한)
'-던'은 과거의 동작이나 상태가 완료되지 않고 남아 있음을 회상해 나타낼 때도 사용한다.
예) 내가 먹던 사과 어디 갔니?
예) 내가 읽던 신문 누가 가져갔어?
한편 '-었던'은 이미 행위가 완료된 사실이나 과거에 반복적으로 발생한 일을 회상해 나타낼 때 사용한다.
예) 내가 먹었던 사과 어디 갔어? (X)
예) 내가 먹었던 사과는 참 맛이 좋았다. (O, 이미 다 먹음)
예) 이 제품이 전에 내가 샀던 것이다. (O, 이미 삼)
예) 대학 다닐 때 자주 만났던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O, 과거에 반복적으로 발생한 일을 회상)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말은 과거만을 의미할까?
-> 일반적으로 과거시제는 말하는 지금을 기준으로 해서 그보다 앞서는 시간 표현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말하는 현재의 일이나 그보다 더 나중인 미래의 일을 표시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예) 넌 이제 형에게 죽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일을 확신하여 단정적으로 말하는 경우 '-었'을 쓸 수 있음)
예) 성적을 보니 그 대학에는 붙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일을 확신하여 단정적으로 말하는 경우 '-었'을 쓸 수 있음)
예) 나 지금 버스에 탔어. (하나의 동작이 완료된 후 그 상태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음. 이 경우 '-고 있다'로 바꿔쓸 수 있음)
예) 철수는 오늘 까만 양복을 입었다. (하나의 동작이 완료된 후 그 상태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음. '타다, 입다, 쓰다, 신다, 벗다, 앉다, 서다, 열다, 끼다' 등의 동사에 과거시제 어미 '-었'이 붙으면 주로 이와 같은 뜻을 나타냄. 따라서 이 경우는 '-고 있다'로 바꿔 써도 그 의미가 같다.)
이 밖에도 한국어에는 과거시제를 나타내는 '-었'이 붙으면 과거가 아닌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있다.
예) 마이클은 참 잘 생겼다.
예) 가방이 아주 낡았다.
이런 단어에는 '닮다, 멀다, 늙다, (몸이) 마르다, (살이) 찌다' 등이 있다.
예) 해솔이와 현교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예) 일을 다 끝내려면 아직 멀었다.
예) 할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시기에 너무 늙으셨다.
예) 그동안 심하게 아팠는지 몸이 많이 말랐다.
-> '닮았다, 멀었다, 늙으셨다, 말랐다' 는 과거의 사실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실이나 상태를 나타낸다.
3. 미래시제
일반적으로 한국어에서 미래시제를 나타내는 말로 '-겠'이 있으나, '-겠'은 문장 내용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의지나 가능성, 추측 따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 잠시 후에 1시가 되겠습니다.
예)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예) 다음 주에 여행을 갈 것이다.
예) 이 일은 내가 할게.
일반적으로 미래시제는 '-겠'으로 표시한다. 또 미래시제는 '-(으)리'로 나타내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예스러운 표현으로 현대 한국어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 아니다. 또, 세 번째 예처럼 미래시제를 나타내는 관형사형 전성어미 '-(으)ㄹ'과 의존명사 '것'이 함께 쓰인 형태에 '이다'가 붙어 시간상으로 미래의 일을 표현하기도 하며 마지막 예문처럼 '-(으)ㄹ게'를 동사의 어간에 붙여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데 '-겠'과 '-(으)ㄹ 것이-'는 평서문과 의문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데 비해, '-(으)ㄹ게'는 평서문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뿐 의문문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예) 이 일을 누가 할게요? (X)
'-겠', '-(으)ㄹ게' 따위는 미래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의지를 나타내는 '-겠'과 '-(으)ㄹ게'는 평서문에서 말하는 사람과 주어가 반드시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예) 그 목표를 제가 꼭 이루겠습니다. (O)
예) 그 목표를 형이 꼭 이루겠습니다. (X)
예) 그 모임에 제가 갈게요. (O)
예) 그 모임에 네가 갈게. (X)
* 참고: 의지나 추측을 나타내는 '-겠'
미래시제를 나타내는 '-겠'은 말하는 사람의 의지나 추측을 나타내기도 한다.
예) 오후에 영화 보러 가겠다. (의지, 미래)
예) 다음 시험에서는 꼭 좋은 성적을 얻겠다. (의지, 미래)
예) 구름이 많이 낀 걸 보니 내일은 비가 오겠다. (추측, 미래)
예)설악산엔 지금쯤 눈이 내리겠다. (현재에 대한 추측)
예) 세 시에 출발햇으니 지금쯤 도착했겠다. (과거에 대한 추측)
예) 날씨가 나빠서 고생을 많이 했겠다. (과거에 대한 추측)
'-(으)ㄹ 것이-, -(으)리-' 도 미래시제와 더불어 추측을 나타낸다.
예) 지금쯤 모두들 집에 모여 있을 것이다. (추측)
예) 모두들 떠나 이제 고향에 아무도 없으리라. (추측, 일상 대화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주로 시나 수필 등의 문학적 글에 사용됨)
관형사형의 미래시제 표시
: 미래시제 관형사형은 동사 어간 뒤에 '-(으)ㄹ'이 붙어 이루어진다.
예) 내일 여행을 '갈' 사람들은 앞으로 나오세요.
예) 전화를 '걸' 곳이 많아요.
예) 나는 주말에 입'을' 옷을 다려 놓았다.
그런데 '-(으)ㄹ'은 때로는 시제의 의미를 나타내지 않고 단지 뒤에 오는 성분을 수식하는 기능만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 냉장고 안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 ('먹을 것'은 '음식' 전반을 의미, 따라서 과거시제 문장에서도 사용 가능;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예) 시내에 '갈' 때 뭘 타고 가야 할까? ('갈 때'는 '가는 경우에'를 의미, 따라서 과거시제 문장에서도 사용가능; 뭘 타고 갔어요?)
*참고: 한국어의 상(aspect)
상은 진행, 완료와 같이 동작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일정한 형태로 표시되는 문법 범주를 말한다. 한국어에서 상은 주로 연결어미와 보조동사의 결합으로 나타나며, 연결어미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시제와 상이 분리되지 않고 섞여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한국어에는 진행상, 완료상, 예정상이 있다.
1) 진행상: 사건이나 행위가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예) 수미와 진수가 산책하고 있다. (연결어미 '-고'와 동사 '있다'가 어울려 사건이나 행위가 진행 중임을 나타냄)
예) 일이 다 끝나 간다. (연결어미 '-어'와 동사 '가다'가 함께 쓰여 사건이나 행위가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냄)
예)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본다. (동사 어간에 연결어미 '-면서'가 붙어 앞 절이 나타내는 사건이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냄)
2) 완료상: 사건이나 행위가 이미 끝나 완료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예) 창문이 활짝 열려 있다. (아/어 있다)
예) 진수는 편지를 읽고 찢어 버렸다. (아/어 버리다)
예) 아이가 뛰어가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아/어 내다)
예) 김철진 박사가 새로운 쌀 품종을 개발해 냈다. (아/어 놓다)
예) 부탁하신 옷을 모두 다려 놓았습니다. (고 말다)
예) 동생은 내 얘기를 듣고서 얼굴이 환해졌다. (고서)
3)예정상: 어떤 동작이 예정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예) 진수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게' + 보조동사 '되다')
예) 이제 진달래가 피려고 한다. ('-려고' + 보조동사 '하다')
위처럼 상은 주로 연겨러미와 보조동사가 함께 어울려 표시되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두 가지 이상이 서로 결합되어 복합적인 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가령, '기다리고 있게 되었다' 는 두 개의 보조동사가 결합하여 진행 예정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내용은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출간한 국립국어원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 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이 책의 전자책 버전을 세종학당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